목, 03/28/2024 - 18:4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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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탈한 자가 문득 - 김중식

이탈한 자가 문득 - 김중식

우리는 어디로 갔다가
어디서 돌아왔느냐
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아왔을뿐

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
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

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
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
가는 곳만 가도 아는 것만 알 뿐이다

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
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

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
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

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
그 똥, 짧지만,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

포기한 자
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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